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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이나 히미드,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화폭에 담은 영국 현대미술 작가

mfitem 2025. 7. 1. 16:52

흑인 여성 작가로서 미술사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다

**루바이나 히미드(Lubaina Himid)**는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흑인 여성 작가다.
그녀는 1980년대부터 흑인과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알리는 전시를 기획하고, 자신의 회화를 통해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1985년 런던 ICA에서 열린 전시 《Thin Black Line》은 영국 미술사에서 흑인 여성의 존재를 최초로 본격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우리는 말하고 있다” – 전시를 통한 사회적 발언

히미드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기록자이며 실천가다.
그녀는 미술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자신과 같은 소수자들의 삶을 시각예술로 풀어냈다.

그녀가 직접 기획한 전시들은 당시 백인 남성 중심의 미술계에 침묵으로 존재했던 흑인 여성 작가들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그 자체가 하나의 선언이자, 현대미술의 경계를 다시 쓰는 시도였다.

기억되지 못한 인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다

루바이나 히미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Naming the Money》 시리즈는 유럽 궁정에서 이름 없이 존재했던 흑인 하인들에게 이름과 역할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그녀는 수십 명의 인물을 그려내고, 그들의 삶을 상상하며 다시 구성했다.

작품은 단순한 도형과 강렬한 색채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역사적 침묵에 대한 깊은 질문과 회복의 서사가 담겨 있다.
이 시리즈는 루바이나 히미드가 지닌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업으로 꼽힌다.

터너상 수상, 늦게 조명받은 선구자

2017년, 루바이나 히미드는 영국 최고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을 수상했다.
그녀는 터너상 최초의 흑인 여성 수상자이자, 당시 60대 중반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수상을 넘어 미술계의 인식 전환을 이끈 인물로 기록되었다.

그녀는 수상 이후에도 계속해서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흑인 예술가와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루바이나 히미드의 예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루바이나 히미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를 기억하고, 누구를 지우고 있는가?
그리고 미술은 그 지워진 이들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가?

그녀의 작품은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울림을 준다.
보이지 않던 존재들의 목소리를 그림으로 되살려내는 그녀의 작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품고 있다.